“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서 유감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작별하게 되서 더 유감이고.”
엔디미온은 막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 공격했다. 칼라딘이 하는 것처럼 상대를 노리고 성검을 휘둘렀다. 이 한 번의 공격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는 죽는다. 하지만 그게 엔디미온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노리는 필살의 일격. 공교롭게도 둘 다 목을 노리고 있었다. 눈 한 번 깜빡일 시간, 숨 한 번 삼킬 시간, 맥박이 세차게 한 번 뛸 시간.
그리고 결판은 났다.
피가 쏟아졌다. 아니었다. 피고름이었다. 썩고 부패한 것들이 걸쭉한 액체가 되어 바닥으로 쏟아졌다. 엔디미온은 바닥에 쓰러진 칼라딘의 얼굴을 보았다. 몸이 굳어 눈조차 감지 못하는 친구의 눈을 대신 감겨주었다.
아르말락에게 죽고 성배의 힘을 잃은 칼라딘은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죽이려고 한다면 순식간에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싸움을 길게 끈 이유는 엔디미온도 잘 몰랐다. 친구를 죽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꼴이 된 친구에 대한 측은함인가? 어느 쪽이든 납덩이처럼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는 것만을 알았다. 아니면 둘 다가 맞던지.
엔디미온은 칼라딘과 싸울 때 몇 번이고 생각했던 말을 혼자서 되뇌었다.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구를 죽이는 게 어려울 뿐이지.
104
“백서른다섯.”
음성은 나직했다.
“이게 무슨 숫자인 줄 아나?”
라우렌시오는 고개를 들어 아르말락을 마주 보았다. 두 눈은 녹주석의 모습이었다. 태양 아래에서 말간 색으로 빛나던 두 눈은 친절과 선의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증오는 걸쭉했다. 녹주석의 빛을 앗아갔고 스스로를 태우며 친절과 선의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요정기사는 이제 이곳에 없었다. 오직 복수자만이 있었다.
“글쎄, 네 나이인가? 오래도 살았군.”
“내가 널 찾기 위해서 죽인 악마들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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