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원조의 개척자, ‘옥스팜’의 빈곤 해결 노하우! 지구화의 그늘과 그늘 속의 희망을 찾아서
해외구호 봉사활동, 물품보내기 등의 프로그램을 우리는 종종 시행하곤 한다. 제3세계 사람들의 안타까운 삶의 현실에 대해 공감하며 후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종종 현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기반적 맥락을 무시한 채 진행되기도 한다.
“먼 곳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시민들은 보통 자신들이 가진 물건들을 보낸다. 그런데 헌 옷이나 통조림 식품 등의 기부품은 선적료가 너무 많이 들거나 현지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이것을 처리하는 인도적 기관들의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스리랑카 콜롬보의 항구에는 쓰나미 사태 이후에 전세계에서 받은 아이들의 옷이며 장난감들이 담긴 컨테이너가 산더미처럼 쌓여, 깨끗한 식수를 공급할 장비의 배송을 지연시킨 일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원조국 정부들은 원조국에 남아도는 잉여 물품을 처분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그 물품들은 현지의 위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재해 현지에서나 가까운 곳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이 기부 물품에 포함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가장 터무니없는 일은 식량 지원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2억 명에 이르는 궁핍한 사람들에게 1000만 톤의 식량이 제공되고 있는데, 전체 2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물론 식량지원 은 오늘날 북한처럼 식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그런데 모든 문제의 뿌리는 대개 생산이 아니라 빈곤이며, 굶주림은 그 지역 시장에 충분한 식량이 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 본문 457쪽
빈곤과 지구화 문제를 이야기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나라를 동냥그릇을 채워주어야 할 대상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며 도와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전세계에 퍼져 있는 빈곤과 불평등은 범위, 증상, 고통의 정도, 긴급함, 해결 방법 등이 다양하며, 단순히 원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기 때문이다. 거액의 원조와 성금을 쏟아 부어도 수십 년간 이어진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직 희망의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70여년의 역사동안 긴급구호, 국제 분쟁, 기후변화, 공정무역 등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옥스팜의 연구와 경험을 녹여낸 기념비적인 것으로, 옥스팜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뿌리깊은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대담하게도 “가능하다.”고 한다. 성별, 연령, 언어, 인종, 장애, 지역 등 다방면에 걸친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 빈곤을 심화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악순환의 구렁에 빠뜨린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절망하지 않고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빈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빈곤층을 옥죄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한다면 뿌리 깊은 개인, 집단, 국가 간의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은 ‘국가’와 ‘시민’이 어떤 구실을 하느냐에 따라 해결해 낼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욕망이나 연줄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통치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형평성을 지향하고, 지구 경제에 자국 경제를 통합시키되 자국의 햇병아리 산업을 보호할 차별화 정책을 추진하며, 모든 국민을 위한 교육과 보건의료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그런 효과성을 갖추게 하려면 그런 국가를 이끌 끌차로서 능동적인 시민이 존재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시민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싸우고, 위에서는 정부기관, 특히 엘리트들이 ‘공익’과 재분배라는 가치를 지켜 사회 분열을 막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 둘이 찰떡같은 콤비이자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경쟁자가 됐을 때 빈곤과 불평등은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수정될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자료가 등장하며 본문에 나오는 많은 사례들과 별도로 국가와 시민이 협력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여덟 가지 사례 연구가 따로 제시되고 있다. 거기에는 의료 특허법에 맞서 빈민들에게 실질적인 의료 혜택이 돌아가게 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치료행동캠페인,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단체의 효과적인 로비와 홍보 활동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쟁취한 모로코의 무다와나 개혁 사례 등이 포함됐다.
저자 ******************** 던컨 그린. 15년간 아르헨티나, 페루,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제3세계 곳곳을 돌며 저널리스트이자 원조 관련 정책분석가. 영국 옥스팜의 수석 연구원.
추천사******************* 학술 이론과 현장의 경험, 정치적 감각이 절묘하게 조합된 이 책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 총체적이고 정교한 견해를 담고 있다. -장하준(케임브리지대경제학과교수)
이 책은 추악한 세계에서 여러 박탈들 때문에 결국 무력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게 자치권력을 보장해 빈곤과 싸울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탐구한다. 전세계에 걸쳐 무력한 사람들의 권력을 향상시키고 확대하는 다양한 유형의 방안들을 논의하며, 박탈당한 사람들이 내몰린 빈곤의 특징인 부자유를 해소하는 방법도 논의한다. 만약 빈곤으로 인한 죄악과 범죄가 많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한다면, 빈곤의 치유책 또한 많은 사람들의 공동 노력을 통해 접근될수 있다. - 아마르티아 센(하버드대학교경제학과)
-- 출판사 서평에서 인용,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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