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민연금운동을 제안드립니다
1. 제안배경
국민연금 급여 삭감과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 이후에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다시 멀어졌습니다. 그 사이 국민연금기금은 이미 2012년 3월 기준 364조를 넘어섰습니다. GDP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2012년 우리나라 중앙정부 예산(안) 325조 원 이상이며, 그 증가세는 더욱 커져서 2014년에는 440조원을 넘고, 2043년에는 2,46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GDP 대비 비중은 5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매달 낸 연금보험료가 원천이 되어 유례없이 큰 규모의 자산이 놀라운 속도로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빠른 속도의 국민연금기금 적립은 한국의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기업의 자금조달 및 경영, 나아가 정부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 국민연금 제도 개혁으로 인해 기금적립 규모는 더 커지는 반면에, 급여 삭감으로 노인들의 빈곤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기금 고갈론을 내세워 국민연금 개악을 밀어붙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기금에 대한 철저한 수익중심적 담론을 유포하면서 기금 운용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정부가 연금제도 개혁 및 연금기금의 수익률 중심적인 운용을 철저하게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연금문제에 대한 노동시민사회의 영향력은 극단적으로 약화되었습니다. 1997년 연금법 개정으로 특히 기금운용 부문에서 노동시민사회계의 참여가 제도화되었으나, 이제 노동시민사회계의 역할은 지난 십 여년 동안 정부주도의 기금, 제도 운용에 ‘들러리’ 로 전락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연금재정재계산위원회 등에 대한 약간의 참여는 이런 위원회 기능의 형식화, 부차화, 정부의 일방적인 의제 설정 등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연금 관련 정책 결정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을 막지 못하고 무력화되었습니다. 이에 연금제도 개혁이란 현안은 물론 수익률 중심 기금운용의 다양한 문제점들, 정부의 기금, 제도운용과 민간자본(생보회사)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연금문제에 대해 노동, 시민사회 진영이 그동안 보인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기금운용위원회 등 위원회에 대한 개별적 참여 구조의 근본적 한계 역시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유포하는 금융시장투자가 수익률을 담보하며 연기금 운용의 중심은 수익률이 되어야 한다는 담론이 금융자본 주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부합하여 쉽게 받아들여진 유포된 것도 한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해 관점 없이 느슨한 대응을 한 것, 즉 대안 부족으로 즉흥적, 무방향적 대응을 일상화한 것의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동안 진행된 연금연대(?)의 ‘국민연금정상화운동’ 등은 한시적이며 느슨한 조직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급여수준 하락(60% → 40%)으로 전국민의 노후생활이 불안해졌고, 금융시장 위주의 연기금 투자로 노동보다는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기금 운용 방향이 정립되었습니다. 이에 노동, 시민의 입장에서 국민연금의 구조와 기금운용을 재정립하는 사회운동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됐습니다.
2. 왜 연금 대응이 중요한가?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진보진영의 집중적인 대응이 바로 지금 긴요한 이유는 연기금 측면과 연금제도 측면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금 측면에서 한국 국민연금기금은 절대적 규모로도 미국,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규모가 매우 큰 연기금입니다. 더욱이 경제규모 대비 비중, 즉 GDP 대비 비중으로 보면 국민연금기금은 27.2%로서 다른 어느 나라의 공적연기금보다 큽니다. 한국에 이어 스웨덴의 AP 기금이 GDP 대비 27.2%, 일본(GPIF)이 25.9%, 미국(OASDI) 17.9%, 캐나다(CPP) 8.6%의 순입니다. 한국 국민연금기금의 국민경제 대비 비중은 급속히 증가하여 전체 경제규모 대비 비중은 독보적인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에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나라 공적연금기금에 비견될 수 없는 전인미답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는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노동자, 시민의 이익에 기여할 수도, 혹은 이를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이 지금은 금융 부문에 집중 투자되고 있어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노동자, 시민의 이익에 아무런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하고 오히려 흔히 노동자, 시민의 이익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기금은 운용 방식에 따라 경제사회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국민연금기금의 일부를 특별채권이나 BTL 방식 등을 통해 보육, 주택, 노인요양시설에 집중 투자하여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과 신규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가능성, 최근 집중조명 되고 있는 주식의결권 행사를 통한 재벌에 대한 통제도 국민연금기금이 노동자, 시민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진보진영의 몫입니다.
제도 측면에서 또한 극심한 노후빈곤에 대한 사후적 대응은 물론, 공적연금체계의 확충을 통해 빈곤 예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최근 정부가 이면에서 논의하고 있는 기초연금제도의 축소에 대한 대응은 물론 국민연금에서 만성화된 비정규직에 대한 적용 차별(비정규직의 65%정도가 국민연금에서 배제)의 해소를 위한 집중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합니다. 삶의 불안정에 대한 노동시민의 이해관계는 어느 누구도 아닌 노동시민사회계가 대변해야 합니다.
연금에 대한 새로운 사회운동은 연금문제는 계급, 계층의 공통된 이해관계의 문제라는 점에서 노동, 시민사회, 농민의 연대에 의한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그 선례는 ‘의보통합’운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새로운 연금운동을 제안드리며, 연금대응의 필요성과 노후소득보장제도 개편방안, 복지인프라 확충 등 국민연금기금의 활용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하는 워크숍을 아래와 같이 추진할 예정입니다. 연금개혁의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많은 단체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3. 활동목표
국민연금에 대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목표는 다음 같음.
첫째, 국민연금재정재계산 정부 보고서에 대한 ‘카운터 리포트(counter report)’를 발간하는 것임. 5년마다 시행되는 국민연금재정재계산 년도(2012년)에 맞춰 정부는 ‘재정재계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보고서를 내년 초 발행할 예정임. 이에 대해 정부의 보고서 발간 시기와 맞춰 노동시민사회 진영의 대안적 전망과 대안을 갖춘 카운터 리포트를 발간하여 전망과 대안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흐름을 만들어야 함.
둘째, 노동시민사회진영이 주도하여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한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새로운 개편방안을 모색하는 것임.
셋째,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중심의 국민연금기금 운용이 아닌 대안적인 방식의 국민연금기금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임. 복지인프라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그 중 하나가 될 것임.
4 향후일정
1)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대안 마련을 위한 노동시민사회 워크숍
○ 취지
-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개혁 방안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학계, 정치권의 의견 수렴
- 국민연대관련 공동 대응기구 발족의 필요성 공유
○ 일시 및 장소
- 2012년 8월 16일(목)~17(금), 오후 2시 ~ 6시
- 장소: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 참석대상
- 노동, 시민사회 주요 단체 임원, 학계, 정치권